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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키케로(Cicero)의 『수사학(De Oratore)』은 단순한 수사학 교본이 아닙니다. 이 책은 단순히 웅변 기술을 가르치는 책을 넘어, 이상적인 정치가와 사회의 리더가 갖춰야 할 지혜와 덕목을 제시하는 철학적 논의로도 여겨집니다. 키케로는 수사학을 단순한 웅변술로 국한하지 않고, 사회와 국가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이상적 연설가'에 대한 청사진으로 확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수사학』의 시대적 배경, 상세 줄거리, 주요 주제,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종합하여 소개합니다.
1. 시대적 배경: 로마 공화정의 위기와 키케로의 정치적 상황
키케로가 『수사학』을 집필한 시기는 기원전 55년으로, 로마 공화정의 몰락이 가속화되던 시기입니다. 당시는 마리우스와 술라의 내전이 끝난 후 로마가 다시 정치적 혼란에 빠진 시기로, 공화정의 미래가 불투명했습니다.
이 책의 무대는 기원전 91년으로, 키케로는 일부러 이 시기를 선택했습니다. 당시 로마에서는 **사회전쟁(Social War)**과 마리우스와 술라의 내전으로 인해 국가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키케로는 "이상적인 연설가"가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화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키케로는 자신의 생애에서도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기원전 58년, 클로디우스(Clodius)에 의해 추방당한 후 다시 로마로 돌아왔을 때 그는 정치적 권위를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격동의 시대 속에서 키케로가 『수사학』을 집필한 이유는, 단순한 웅변술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혼란에 빠진 공화정을 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연설가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 줄거리 요약: 키케로의 대화 형식 서술
『수사학』의 구조는 플라톤의 대화체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키케로는 아테네의 거리나 광장이 아닌 로마의 귀족 저택의 평온한 정원을 대화의 무대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사학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1권: 수사학의 본질과 완벽한 웅변가의 필요성
1권에서는 **루키우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Lucius Licinius Crassus)**와 **마르쿠스 안토니우스(Marcus Antonius)**가 등장해 대화를 시작합니다. 크라수스는 이상적인 연설가가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법, 역사, 윤리적 원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안토니우스는 수사학이 지식보다는 타고난 재능과 경험의 축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수사학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이끌어갑니다.
2권: 연설의 준비와 웅변의 기술
2권에서는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과 실제 연설의 기술에 대해 다룹니다. 키케로는 연설을 **발견(Inventio), 배열(Dispositio), 표현(Elocutio), 기억(Memoria), 전달(Actio)**의 5단계로 나눕니다. 이 5단계는 오늘날의 수사학 교과서의 기본 틀이 되었습니다.
3권: 웅변의 스타일과 윤리적 책임
3권에서는 웅변의 스타일과 어조에 대해 설명합니다. 키케로는 단순히 문법과 수사 기교를 넘어서, 청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웅변가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웅변가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윤리적 책임을 지는 지도자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3. 주요 주제와 핵심 메시지
1. 완벽한 웅변가의 조건
키케로에 따르면, 이상적인 웅변가는 단순한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 역사, 철학을 두루 섭렵한 지식인이어야 합니다. 그는 특히 정치적 책임과 도덕적 원칙을 중시했습니다. 웅변가의 능력이 공화정의 안정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키케로는 웅변가의 역할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2. 수사학과 윤리의 조화
키케로는 웅변가가 단순히 기술적 능력을 넘어서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말의 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중대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웅변가는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소양을 겸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철학과 수사학의 통합
키케로는 단순한 수사학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철학적 개념과 통합된 웅변가의 이상을 제시합니다. 그는 플라톤의 대화체 형식을 빌려왔지만, 아테네의 광장이 아닌 로마의 귀족 저택을 대화의 배경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가 철학과 수사학의 통합에 대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4. 비하인드 스토리
- 플라톤의 영향과의 차별화: 키케로는 플라톤의 대화체 형식을 따랐지만, 단순한 플라톤의 모방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플라톤의 대화를 '아테네 광장의 소란함'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대화는 귀족의 정원에서의 조용한 대화로 설정했습니다.
- 로마의 정치 상황과 연결: 키케로는 자신이 겪은 정치적 배신과 권력의 몰락을 반영해 『수사학』을 집필했습니다. 키케로는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 이상적인 웅변가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 메모리 테크닉의 원형: 『수사학』은 **'장소법(Method of loci)'**이라고 불리는 기억법에 대한 최초의 설명을 제공합니다. 이 방법은 웅변가가 연설을 외울 때 공간을 활용해 기억을 보조하는 기술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됩니다.
5. 결론: 오늘날에도 유효한 키케로의 메시지
키케로의 『수사학』은 단순히 고대의 웅변 교과서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정치인, 법률가, 그리고 기업 리더들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수사학의 힘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윤리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키케로의 메시지는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설득을 위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회의 방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이상적 연설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키케로의 『수사학』을 읽는 것은 단순한 수사학 공부가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철학적 탐구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말의 힘이 사회와 국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