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은 단지 도덕을 설파하는 문학이 아닌, 인간 내면의 욕망과 권력 구조의 충돌을 생생히 그려낸 서사입니다. 이 글에서는 『구운몽』, 『사씨남정기』, 『삼한열녀전』 등 주요 작품 속 인물들이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고, 권력이 그 욕망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분석합니다. 조선 유교 사회의 억압 속에서도 살아 숨 쉬던 인간의 본성과 그 욕망의 표출을 고전문학은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봅니다.
욕망 없는 인간은 없다: 고전 속 숨은 본성을 다시 보다
‘고전문학’ 하면 우리는 흔히 도덕과 교훈, 충효와 절개, 정절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고전문학의 심층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조선시대라는 유교 중심 사회에서 욕망은 제어되고 감춰야 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문학 속에서는 오히려 그 욕망이 가장 극적으로 펼쳐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욕망은 단지 사랑이나 물질에 대한 욕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갈망,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 등 다양한 형태로 인간 서사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전문학은 이러한 인간 본성의 다양한 층위를 은유와 상징, 혹은 직접적인 서사로 풀어냅니다. 이러한 욕망은 항상 ‘권력’이라는 개념과 얽혀 있으며, 문학 속 인물들은 권력을 갖기 위한 욕망, 권력에 의해 억눌리는 욕망, 혹은 권력을 초월하려는 욕망 등으로 행동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이끕니다. 그 과정에서 고전문학은 단순한 선악 구도나 도덕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의 복합적이고 모순된 본질을 탐색하는 장으로 기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고전작품들을 통해 ‘욕망’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재현되었고, 그 욕망이 ‘권력’과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고 상호작용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욕망과 권력의 충돌, 고전 속 인간 서사의 핵심
고전문학 속 욕망과 권력의 관계는 단순한 대립을 넘어서, 인물의 내면과 사회 구조를 동시에 비추는 창 역할을 합니다. 다음은 대표적인 작품과 그 속에 나타난 욕망의 서사입니다. 1. **『구운몽』 – 꿈을 통해 실현되는 욕망의 연극** 김만중의 『구운몽』은 성진이라는 승려가 아홉 명의 여인과 사랑을 나누며 벼슬, 부, 명예를 모두 거머쥐는 꿈을 꾸고, 마지막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꿈의 환상이 아니라, 욕망의 본질과 허무를 함께 보여주는 문학적 장치입니다. 특히 조선시대 금욕적 사회에서 감히 말할 수 없던 남성의 성적 욕망과 출세욕을 문학적 장치로 은유화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2. **『사씨남정기』 – 권력을 둘러싼 욕망과 여성 서사** 유연수와 두 여성(사씨, 교씨) 사이의 갈등은 단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배분 문제입니다. 사씨는 도덕과 정절을 지키며 권력을 지양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교씨는 가부장 권력의 핵심에 접근하고자 하는 적극적 욕망을 드러냅니다. 특히 여성의 욕망이 ‘악녀’라는 프레임으로 규정되는 과정은, 당대 권력 구조의 성별 위계를 반영합니다. 3. **『삼한열녀전』 – 도덕 vs 욕망의 경계에서** 일부 작품 속 인물들은 도덕적으로 평가받기 어려운 욕망을 지닌 인물로 등장합니다. 예컨대 ‘향랑’은 열녀의 표상이 아닌, 자신의 감정과 사랑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권력적 제도에 저항하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 욕망은 결국 사회적 규범에 의해 소멸되거나 무력화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4. **『박씨전』 – 여성의 욕망과 전략적 침묵**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박씨전』에서는 여성 박씨가 정치적 지혜와 전략으로 가족을 보호하고 왕조를 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정숙하고 침묵하는 여성상이지만, 그 내면에는 강한 자아와 욕망이 존재합니다. 이는 당시 여성의 욕망이 드러날 수 없던 사회에서 전략적으로 은폐된 방식으로 발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5. **권력은 욕망의 거울이다** 고전 속 권력은 욕망을 드러내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인간은 권력을 향한 욕망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며, 문학은 그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냅니다. 따라서 고전 속 권력은 단지 정치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 심리의 거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고전문학 속 욕망과 권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인간 내면의 다층성과 사회 구조의 이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덕이라는 이름의 억압, 욕망이라는 이름의 진실
고전문학은 한편으로는 유교적 도덕을 중심으로 구성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 질서 속에서 억눌린 인간의 욕망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문학입니다. 『구운몽』에서의 성취와 허무, 『사씨남정기』에서의 질투와 억울함, 『삼한열녀전』에서의 사랑과 좌절, 이 모든 것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조선시대는 욕망을 부정하고 억제하는 문화였지만, 문학은 그 욕망을 은유와 상징을 통해 생생히 그려냅니다. 권력은 도덕의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욕망의 실현 방식이며, 문학은 이를 고발하고, 때로는 조롱하고, 때로는 정당화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고전을 단지 '옛날 이야기'로 읽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본성이 살아 있고, 그 욕망과 권력을 둘러싼 서사는 지금의 우리 삶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고전문학은 인간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그것을 좇으며, 또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진실한 기록입니다. 그러므로 고전 속 욕망은 단지 ‘부도덕한 욕심’이 아니라, 인간됨의 증거이자 문학이 다루는 가장 깊은 주제입니다. 그 욕망은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으며, 그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