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은 선과 악의 대립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의 윤리를 조명합니다. 선한 인물은 끊임없이 고난을 겪지만 결국 정의가 실현되고, 악한 인물은 패배하거나 응징을 당함으로써 교훈과 질서를 복원합니다. 이 글에서는 『춘향전』, 『홍길동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사씨남정기』 등 대표 작품 속 선악 구조와 그 문학적 의미를 분석합니다.
왜 고전은 선과 악을 나누었는가?
고전문학을 읽다 보면 명확한 구조를 발견하게 됩니다. 착한 이는 고난을 당하고, 나쁜 이는 탐욕과 계략으로 그들을 괴롭히지만, 결국에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단지 이야기의 반복이 아니라, 조선 시대의 윤리적 세계관과 문학적 장르의 특성이 반영된 필연적인 구성입니다. 고전문학에서 선과 악의 구도는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사회의 도덕 기준과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탐색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선은 효, 절개, 충, 우애, 인내 같은 유교적 가치와 연결되며, 악은 탐욕, 권력 남용, 시기, 모략 등 공동체의 질서를 해치는 요소로 묘사됩니다. 독자는 이 구도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결과를 따라가며, 교훈과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고전 속 ‘선’은 항상 완벽하지 않으며, 시련과 유혹을 겪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그들이 ‘선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본성이 아니라 그 선택과 행동의 결과에 달려 있습니다. 반면 ‘악’은 개인의 악행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제도의 부조리나 권력의 타락으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고전문학 속에서 선과 악이 어떻게 구도화되어 나타나는지, 그 구조가 어떤 문학적 기능과 의미를 지니는지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작품 속 선악의 대립과 해소 구조
고전문학의 선악 구도는 보편적인 인간 감정과 시대 윤리를 서사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장치입니다. 주요 작품별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춘향전』 – 절개와 권력의 대립** 춘향은 ‘절개’를 상징하는 선의 인물입니다. 반면 변학도는 권력을 이용해 춘향을 굴복시키려는 악의 대표입니다. 춘향은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고통을 감내하고, 결국 이도령의 도움으로 구원받으며 ‘정의의 승리’라는 구조를 완성합니다. 2. **『홍길동전』 – 영웅의 정의와 체제의 악** 홍길동은 서자로 태어나 차별받지만, 불의한 사회 구조에 맞서 싸우는 영웅입니다. 악은 단순히 악인 한 명이 아닌, 서자 차별, 부패한 체제 자체입니다. 이 작품은 선악을 통해 사회 정의와 이상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3. **『심청전』 – 효성과 이기심의 대비**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효녀입니다. 그녀의 선함은 타인을 위한 자기 희생에서 비롯되며, 이후 왕비로 다시 태어나 사회적 복을 회복합니다. 주변 인물 중 심봉사의 부당한 주변 환경은 악의 맥락으로 기능합니다. 4. **『사씨남정기』 – 정절과 시기심의 충돌** 사씨는 모함을 당한 후에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인내하는 인물이며, 교씨는 시기와 권모술수로 가문을 위태롭게 만드는 악의 중심입니다. 사씨의 복권은 윤리적 정의의 회복으로 연결되며, 독자에게 시원한 통쾌함을 줍니다. 5. **『장화홍련전』 – 자매애와 계모의 탐욕** 장화와 홍련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지만, 죽음 이후에도 진실을 밝히는 초월적 존재로 등장합니다. 계모는 고전 악녀의 전형으로 탐욕과 이기심을 상징하며, 최종적으로 법에 의해 벌을 받으며 권선징악의 결말을 완성합니다. 6. **풍자소설의 경우 – 선악의 경계 해체** 『허생전』이나 『양반전』은 명확한 ‘선한 주인공’이 없고, 인간의 위선과 제도 자체를 풍자하는 방식으로 ‘악’을 드러냅니다. 이 경우 선악은 정해진 구도가 아니라, 독자의 시각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열린 구조로 제시됩니다. 이처럼 고전문학의 선악 구도는 단순히 흑백의 구분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시대의 도덕을 반영하는 복합적인 구조입니다.
선과 악의 구도는 지금도 유효하다
고전문학 속 선과 악의 구도는 단순한 옛이야기의 구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사회가 끊임없이 고민해온 도덕과 질서, 욕망과 절제, 자유와 책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선은 이상이며, 악은 현실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독자가 그 사이에서 어떤 교훈과 사유를 얻는가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고전처럼 명확한 선악 구도를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고전은 말합니다. “선은 선택이며, 악은 방관이다.” 즉, 고전의 인물들은 선택을 통해 선과 악을 가르며, 독자에게도 그 선택의 중요성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고전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말합니다. “어떤 입장에 설 것인가? 어떤 결말을 만들 것인가?” 그 물음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선악의 구도는 그래서, 문학이 남긴 가장 오래된 질문이자, 가장 현재적인 질문입니다.